전세계가 중국발 코로나 19 문제로 시끄럽지요. 우리나라는 다행히 조금 안정이 되었지만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한 상황으로 생각됩니다.

 

제 본업이 이 쪽 분야라서 나름의 전문적인 지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댓글 등을 보면 일반 대중들에게 잘 못 알려진 정보들이 아주 아주 많더라고요.

 

더 문제는 의사들조차 논문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수박 겉핥기 식의 그릇된 정보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우선 첫번째로 얼마 전까지 코로나19의 '기적의 치료제'로 주목받아온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자 합니다.

 

 

이 약제는 원래 항말라리아 약제, 곧 기생충 약입니다. 클로로퀸이 먼저 만들어진 약인데 심장 독성 등의 부작용이 있어 이를 개선한 약제가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지요.

 

처음부터 항바이러스제로 만들어진 렘데시비르나 아비간은 모두 RNA 중합효소 억제제로 작용하는, 같은 기전을 공유하는 약제입니다.

반면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은 아직도 불명확합니다.

다만 추정하기로 세포 내에 엔도솜 (endosome) 의 pH를 올리는 것이 바이러스가 엔도솜을 이용해서 세포내로 침투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면 의외로 이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료에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꽤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인 사스의 치료제로 연구가 되었던 것이지요.

 

우선 간단히 이 약제의 항코로나 19 약제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볼까요?

 

아래 표는 지난 3월 20일에 벨기에에서 발표한 임상 가이드라인 (https://covid-19.sciensano.be/sites/default/files/Covid19/COVID-19_InterimGuidelines_Treatment_ENG.pdf) 에 실린 것입니다.

 

 

 

 

여기서 SARS-Cov-2가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학술적 명칭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SARS 의 원인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요.


표에서 in vitro 는 실험실 벤치에서의 실험, in vivo 는 동물 실험, clinical 은 사람을 대상으로한 임상 시험으로 보면 됩니다.

위의 약제를 보면 사스, 메르스, 코로나 19 등 3가지 코로나에 모두 실험실적으로, 사스 및 메르스에 동물실험으로 효과를 보이는 약제가 바로

렘데시비르입니다. 현재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약이지요.

같은 기전을 공유하는 아비간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고. 특히 아비간은 경구 투약이 가능한 특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실험실적으로 아비간의 항바이러스 효과는 렘데시비르의 1/6에 불과하였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맨 아래 항 HIV 약제인 칼레트라는 실험실, 동물 실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큰 효과가 없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칼레트라의 임상시험이 실패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지요.

오늘의 주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은 실험실에서 효과가 어느정도 있다고 보입니다. 기대를 올려주는 소식이지요.



자 여기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에 대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프랑스에서 나왔다는 임상연구 결과를 볼까요?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24857920300996 에 논문 전문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가 논문의 결과를 한 눈에 요약해 주지요.

 

위에 검은색 선이 일반치료만 한 군, 파란색이 하이드록시 클로로퀸만 준 군, 녹색선이 여기에 아지스로마이신이라는 항생제까지 추가한 군입니다.

y 축은 비인두 스왑에서 얻은 바이러스의 양이고요.

자 그런데 하이드릭시 클로로퀸 + 아지스로 마이신군에서 바이러스의 양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져서 5일째가 되니까 0이 되어 버립니다!

이 약 당장 써야하겠지요??

이게 트럼프도 언급하고 언론에서도 보도하고 Youtube에서도 난리가 났던 연구 결과입니다.


기대를 모았던 것은 사실이지. 그런데 이렇게 수박 겉핥기로 끝내면 안됩니다.


논문은 항상 어떤 디자인으로 결과를 얻었는지를 봐야하지요.

이 논문은 몇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우선 각 군을 무작위로 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

 

임상연구에서는 각 군의 환자 특성이 동일해야 약의 효과를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위 배정만큼 강력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각 군이 의사의 판단에 따라 배정된 연구입니다.



두번째, 각 환자군의 숫자가 너무 적습니다. 대조군은 16명,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은 14명, + 아지스로 마이신 군은 6명에 불과합니다.

근래의 잘 디자인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은 대략 각 군당 수백-수천명을 등록하는 것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판데믹에서 수천명을 등록한 연구를 기다리기는 힘들 것입니다. 등재에만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더라도 10여 명의 숫자는 유의한 결과를 얻기에 너무나 작은 숫자입니다.


세번째, 임상성적, 곧 완치 비율, 사망 비율, 완치시까지 걸린 시간 등등을 비교하지 않고 바이러스의 양만 비교한 연구입니다. 

위 3가지 약점은, 급히 임상결과를 보고해야할 필요가 있어서 그러한 것이라고 일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주 아주 치명적인 약점은..

 

 

요약하자면 실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or + 아지스로 마이신) 을 투약 시도한 환자는 26명이었습니다. 그 중 6명이 중도에 탈락했고 

이 6명을 제외하고 결과를 비교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6명이 탈락한 이유가 문제인데 3명은 중환자실로 이송되었기 때문에 이후 관찰에서 제외, 1명은 사망해서 제외, 1명은 병원을 떠나서 (이유 불명) 제외,

 

1명은 구토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 제외하였다는 군요.

곧 23% 의 환자를 제외한 비교이고 특히 15%는 약제 사용 중 환자 상태가 (어떤 이유에서든) 나빠져서 제외해 버렸습니다.



대조군은 이렇게 제외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유 불명).



다시말해 약제 투약 군에서 중환자실로 가거나 사망한 환자를 제외해버리고, 대조군에서는 (중환자실 이송 건수를 제시하지 않고) 모든 환자를 둔

상태로 양 군을 비교한 연구입니다.

투약 군에서 중환자실로 가거나 사망한 환자를 모두 제외해 버렸으니까 투약 군의 성적이 좋게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의 디자인은 심각한 편향 (bias) 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저널에 제출했을 때 심사자들이 신나게 물고 뜯고 즐긴 다음 기각해버리거나

외부 심사자한테 가지도 못하고 에디터가 바로 기각할 만한 수준의 저급한 연구입니다.

현재 우한 폐렴 관련 논문이라면 각 의학저널들이 어서옵쇼하는 분위기라 그나마 4.6점대 하위권 저널에  accecpt 된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프랑스 연구 그룹은 후속 연구에서 숫자를 늘려 총 8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을 발표했습니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32289548)

하지만 이 논문은 아예 대조군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연구입니다.

 


결론은

 

1. 아직까지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의 코로나 19에 대한 임상 연구는 상당히 수준 낮은 연구들 뿐입니다.

 

2. 이 연구들을 가지고서는 코로나 19의 치료제로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자신있게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근거가 없습니다.

 

3. 다만 몇몇 무작위배정 대조군 연구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 결과를 기다려서야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의 치료 효과를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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